의사들에게 학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의미는 역시 재교육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환자를 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틈틈이 논문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지만

학회가 열리고 여러 연사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발표하는 것을

직접 듣고 이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가장 효율적입니다.

남의 경험과 나의 경험과 비교해 보면서

얻을 것은 얻고 비판할 것은 비판도 해가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학회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여러 가지 잡담도 해가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입니다.

친목 도모라고 하면 되겠지요.

이러한 일들은 나중에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거나

도움을 필요할 때 긴요히 쓰입니다.

본원에 환자를 찾아왔는데 내 전공이 아닐 때,

어떤 병원의 어느 선생님에게 이 환자를 보내면

가장 효율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학회라는 장소를 통해 평소 모이기 힘든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요즘 어떤 진료를 보고 있는지

그 진료를 볼 때는 무슨 애로사항이 있는지

요즘 환자들의 추이는 어떤지

서로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환자를 부탁하고 부탁받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많은 학회가 열렸지만

대부분 비대면으로 열렸습니다.

그러한 경우 학회에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정보의 교환의 목적은 별다른 문제 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친목 도모의 과정은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올봄부터 다시 대면 학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의사들의 학회가 정말 많습니다.

그걸 다 참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봄 가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봄 가을에는 거의 매주 학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자발적인 참석도 있도 반강제적으로 학회 차원에서

참석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있습니다.

10월에는 대한 정맥학회가 열렸었습니다.

이번 연도에 대한 정맥학회 이사를 맡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업의라서 학회 일은 많이 하기 어려워 고사하다가

이번에는 조금 도움이 될까 하여 맡게 되었습니다.

대한 정맥학회는 여러과가 같이 모여있어

다양한 과의 의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전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함께 진료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전공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하지정맥류의 치료 방식은 전통적인 발거술과 레이저를 이용한 방식,

의학용 본드를 이용한 베나실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 필명이 칼잡이인 것처럼

외과의사들은 태생적으로 칼을 다루며

지내왔습니다.

지금의 젊은 의사들은 익히기 힘든

발거술이나 국소 정맥 제거술 등의 수술적 정맥류 치료의 기술이 뛰어납니다.

레이저를 이용한 방식은 적합한 환자군이 따로 있습니다. 외과가 아닌 타과 의사들도 접근이 가능한 비교적 난도가 낮은 기법입니다. 심하지 않은 정맥류에는 충분히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환자를 만났을 때 권하고 시술하고 있습니다.

각기 환자의 병의 상태와 더불어 환자의 신체 특성에 맞는 수술법이

따로 있습니다.

20여 년간 많은 경험을 통해 어떤 환자에게 어떤 방식이

맞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수술 건 수가 이를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방식이 같다고 같은 수술인 것은 아닙니다.

같은 방식으로 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망가진 혈관의 위치와

정도에 따라 또 다르게 수술해야 효과적입니다.

이것은 오직 집도의의 공부와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한 경지입니다.

저의 병원에서 수술하신 환자분들의 특징은

통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극히 적다는 것입니다.

긴 수술 시간에 비해 수술로 인해 부담을 거의 느끼시지 않습니다.

제 자랑을 좀 하자면

아무나 이렇게 수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도의가 환자에게 가장 좋은 수술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는 수술 시간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 전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로 인하여

못 만나던 분들이 오셨습니다.

긴 비행시간을 견디고 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학외장 앞에서>

<학외장 안에서>

Posted by 칼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