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혹이 난 것을 15년간 가지고 계셨다고 합니다.

얼마 전 피지낭종으로 수술을 받은 20대 초반 학생이 있었습니다.

보호자로 어머니께서 함께 오셨습니다.

학생의 피지낭종 사이즈가 상당히 커서

조금 더 일찍 오셔서 수술을 받으시지

왜 이렇게 키우셨나고 물어보았습니다.

학생이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상태가 이렇게 심각하게 된 것을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대화가 오가던 중 환자의 보호자께서

본인의 친정어머니가 목과 가슴 등 몇 군데에

아이와 비슷한 종양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본원에서 수술이 가능한 지 궁금해하셨습니다.

진료를 봐야 어떤 성격의 종양인지 알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내원하셨습니다.

목에 호두 알 만한 종양이 튀어나와 계셨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해 보일만한 크기와 모양이었습니다.

초음파를 해보니 지방종이었습니다.

목은 여러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자리라

수술이 까다롭기는 하지만

그런 수술을 이제까지 계속해 오던 터라

별로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었습니다.

부분 마취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가지고 계신 질병마다

스토리가 기셨습니다.

목과 가슴에 종양이 조그맣게 생겼던 15년 전쯤

우리나라 Big 4(큰 대학병원)에 해당하는 병원에 가셨다고 합니다.

그 후로 13년을 계속 다니시면서 사이즈가 커지는 것을 관찰하고

조직 검사를 하셨다고 하시네요

담당의께서 수술이 급하지 않으니 계속 관찰을 하자고 하셨답니다.

담당의의 의지였는지 아니면 환자분의 의지였는지

그렇게 그 지방종이 호두 알만큼 커질 동안 계속 다니시다가

담당의가 바뀌게 되면서 그만 가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후 2년이 더 흘렀고 종양의 사이즈는 더 커졌습니다.

이제 막 70에 들어서시는 나이시니

주변에서 왜 수술을 안 하느냐

너무 보기 싫다고 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같은 병원의 다른 분원에 가셔서

검사를 받고 수술을 받으려고 하셨답니다.(역시 큰 병원입니다)

다시 CT 찍고 조직 검사하고 3박 4일 입원하고 전신마취하고

수술하기로 예약을 잡아 놓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따님이 대학병원 수술 예약을 취소하고

손녀가 수술한 병원이 있으니 그리로 가보자고 하셨답니다.

그렇게 저희 병원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초음파를 해보니 흔한 지방종이었습니다.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수술을 하시게 되었고

결과는 좋았습니다.

사이즈가 큰 지방종을 부분마취로 수술하는 것이

어느 병원에서나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를 하자고 하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몸에 들어가는 마취약의 용량이 적정선을 넘으면

안됩니다.

사이즈가 큰 지방종을 마취하기 위해

부분 마취로 진행하다가는 그 선을 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전신마취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럼 본원에서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구요?

본원에서는 지방종처럼 간단한 수술이 아닌

히지정맥류 수술을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정맥류 수술 시 양쪽 다리의 넓은 부위를 마취하기위해서는

특수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장비를 적절히 쓸 줄 알아야 하고요.

이러한 고가의 장비를 지방종처럼 간단한 수술을 하기 위해

갖추고 있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적인 장비가 아니라서 사용하는 병원도

별로 없습니다.

전신 마취로 인한 위험도 피하면서

큰 종양을 국소 마취로 안전하게 제거한다면

환자분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요.( 집도의는 힘들겠지만 ㅠㅠ)

큰 대학병원에서 지방종을 포함한 양성 종양을 수술해 주지 않으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오래가지고 있다고 생명에 위험을 가하진 않습니다.

큰 대학병원 수술실은 언제나 쉼 없이 돌아갑니다.

담당의가 빨리 수술 일정을 잡고 싶어도

수술실이 배정되어야 집도가 가능합니다.

목숨이 위험하고 큰 대학병원이 아니면 수술할 수 없는

수술들이 언제나 넘쳐납니다.

수술실을 빨리 배정받기 위한 각 과의 신경전도 벌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그만 양성 종양을 수술하자고

그 큰 수술장을 비워서 마취과 전문의와 집도의 그리고 레지던트,

담당 수술 간호사 2명 이상이 배정되어 수술해야 합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이고

이렇게 많이 인원이 투입되어 수술을 해도

의료보험 수가상 얼마 되지 않습니다.

수술전 검사로 수십만 원, 입원비로 수십만 원이 나와도

수술비가 대학병원에서 행해지는 다른 수술들에 비해 형편없이 적습니다.

병원에서 이 수술을 함으로써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모든 질병이 적절한 치료를 받으려면

그 질병에 맞는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큰 병원, 명의를 찾아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환자분의 경우,

사이즈가 적었을 때 조금 더 작은 병원에서

수술받으셨다면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겠지요.

양성종양을 큰 병원에서 수술받겠다고

고집부리시던 다른 환자분은

대학병원으로부터 내일부터 입원해 있으면

언제인지 모르지만 수술 스케줄이 될 때

수술을 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으셨답니다.

어르신들께서 큰 병원에 가시려는 뜻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건강 걱정도 되시고 혹시 작은 병원에 다니다가

놓치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그러실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 질병에 관한

담당의의 의견도 잘 경청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큰 병원을 고집하실 때

오히려 불이익을 얻으실 수도 있습니다.

질병에 맞는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Posted by 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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