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선정>
‘2021 세계 최고의 병원’
2위 클리브랜드 클리닉 (Cleveland Clinic) 본관 전경입니다.
메이요 클리닉이 1위
클리브랜드 클리닉이 2위입니다.
여러분들께서 잘 알고 계시는 존스홉킨스 대학병원보다 높은 순위입니다.
한국에서는 못 들어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미국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최고 권위의 병원입니다.
인제대 백병원에서 교수를 하며
주로 간 담낭 절제술을 집도 했었습니다.
간 담낭을 잘라내는 수술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렇게 긴 시간의 수술을 계속하다 보니 어깨와 무릎이 안 좋아져 지금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개원을 하면 간 담도 절제술과 같은 수술은 할 수 없습니다.
교수직을 그만두고 개원을 한 뒤,
몸은 덜 고되지만 가끔씩 마음속에는 난이도 있는 수술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오르곤 했습니다.
그렇게 개원하고 10년이 지나자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고심 끝에 언젠가 꼭 한 번 가서 공부하고 싶었던
대장항문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클리브랜드 클리닉에
리서치 펠로우 (대학이 전문적인 연구 수행을 위해 전담 연구원으로 고용하여
연구에 종사하는 박사 연구원)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원한다고 아무나 받아주는 병원이 아니라서
저의 박사논문을 포함한 이제까지의 연구논문과 수술실적 등을 정리해
클리브랜드 클리닉에 보내고는 맘을 졸이며 답을 기다렸습니다.
남들은 개원의가 뭐 하는 짓이냐고 하더군요.
개원했으면 개원의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라고요.
대학병원에 있을 때처럼 사고하면 개업은 망하는 것이라더군요.
게다가 개업해서 한창 잘나가고 있는데
그걸 뒤로하고 1년간을 버는 것 없이 외국 가서 자비로 생활을 하다 온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이냐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돈보다는 다른 무언가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 무엇인지는 저도 모르지만 세계 최고의 병원에서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운 좋게도 클리브랜드 클리닉으로부터 리서치 펠로우직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측 세 번째 계신 분이 염증성 대장염의 세계적 권위자이신 닥터 파지오(Fazio)이 십니다.
현재 클리브랜드 클리닉 대장항문 파트를 이끌고 있는 닥터 렘지(Remzi) 이십니다.
준비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그곳에 가서 살 집도 구해야 했고, 미국 비자를 받는 것부터 행정적인 절차들이 특히 그랬습니다.
그래도 마침내 클리브랜드 클리닉에 도착해서
연구과제를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를 닥터 램지와 상의했습니다.
대장염의 일종인 '게실염으로 인한 사망률과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개업을 대항항문외과로 하고 있으니 대학병원에 있을 때
연구하던 간 담낭 쪽보다는 대장항문 분야를 더 공부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연구 논문을 내는 데는 좀 짧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병원을 비울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귀국하였습니다.
지금도 가끔 클리브랜드에 도착했던 첫날이 기억납니다.
3월에 내린 눈이 햇빛을 받아 크리스탈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클리브랜드의 첫인상은 그랬습니다.
거기서 같이 연구했던 동료들도 생각납니다.
각국에서 모여든 인재들이 제각각 자부심과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젊은 의학 인재들이 클리브랜드 클리닉에서
연구를 하고 있겠지요.
경쟁이 심한 의료분야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제 제 위치에서 환자들을 봅니다.
크고 화려한 자리는 아니지만
작은 상처에서 큰 수술까지 마다하지 않고 오시는 환자 한 분 한 분을
제 성심을 다해 진료하고 있습니다.
공대가 가고 싶었던 저였지만
형제가 여럿인 저희 집 사정을 알고 계셨던
고3 담임 선생님께서 의대에서도 6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성적이니
의대로 진학하라고 권하셨습니다.
그 당시는 제 고집을 꺾고 의대에 원서를 넣으며
참 많이 서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의대에 진학한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모든 직업이 다 의미가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도 그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생각합니다.
제가 클리브랜드 클리닉에 다녀온 지가 올해 10년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연말이 되니 10년 전 그 기억이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2021년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2022년은 새 희망이 밝아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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