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외과 별전

● 치루(항문 주위 농양)란?

치루란 용어는 약간 생소하실 것입니다. 

치는 "항문"을 뜻하고 루는 "샌다"는 "흐른다"는 뜻입니다. 

영어로는 Fistula인데 라틴어의 pipe란 뜻입니다. 

항문 주위에 항문안쪽, 즉 직장과 연결하는 통로가 있어 분비물이 나오는 상태를 말합니다. 

보통 고여서 곪게 되면 항문 주변에 고름 덩어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 같은 원인의 질환으로 다루는 "항문 주위 농양"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치루(항문 주위 농양)의 원인

치루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항문안(치상선 주변에 많습니다.)에 있는 구멍 같이 생긴 부분(치상샘이라는 분비샘이 있습니다.)에 변이 들어가서 고이게 됩니다. 

나중에 이 부분이 고름주머니로 발전한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항문내에는 허리띠 고무줄로 주름 잡힌 것처럼 생긴 부위가 있습니다.(치상선)

이 부근에는 항문선이라고 끈적끈적한 점액을 분비하는 샘이 14~ 5개 정도 둘러서 파여 있습니다.
이 항문선 입구는 주머니 처럼 들어가 있어(항문소와) 변이 잘 고이게 되고 세균이 침입하기 좋은 구조입니다. 
이 항문선은 깊숙히 내 괄약근 사이까지 파고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번 고이면 잘 배출되지 않고 고이게 됩니다. 

이렇게 생긴 고름집은 보통 피부에 생긴 고름과는 달리 내괄약근과 외괄약근 사이에 공간에 괴어 연못처럼 됩니다.(근간 농양)
고름이 양이 많아 지면서 항문 주변조직중 약한 부위를 타고 퍼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를 항문 주위 농양이라고 합니다.
점점 터 커지면서 항문 바깥쪽 피부 가까이 까지 부어 오르고 약한 부위로 터져 나오게 됩니다. 

나중에 이 출구로 고름이 빠져나가면서 부기가 가라앉고 그 뒤에는 고름길이 남게 됩니다. 
이것을 치루라고 합니다.

즉, 처음에는 항문 주변에 농양이 생기고 나중에 치루가 되니까 이들은 이들은 부자 관계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긴 원인이 가장 많다고 보지만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핵이나 크론씨 병, 궤양성 대장염 등이 이런 경우입니다. 

드물지만 직장암이나 항문암이 생긴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 수술이나 다른 수술 후에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 질환으로 몸의 면역 상태가 나빠진 분들도 생기기 쉬운 분들에 속합니다. 

항암제를 투여 받으신 분이나 당뇨 간경화 신장부전 등의 만성 질환이 있는 분들께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 치루(농양)의 증상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름이 터져 나오지 않은 상태인 항문 주변 농양의 경우는 통증으로 인해 많이 아픕니다.

염증이 몸으로 번지면서 고열과 몸살 기운까지 오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조금 불편한 정도에 항문 주변에 사마귀 같은 혹만 만져지고 가끔 피나 고름 같은 것이 묻는 정도로 그다지 심하지 않은 증상으로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원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몇년까지 저절로 호전되지 않고 계속 지속, 악화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심하게 고름집이 생기고 부어 오르면 빨게 지고 통증이 심해져서 앉지도 못할 뿐 아니라 걷기도 힘들어 집니다. 

엉덩이가 완전히 짝짝이가 될 정도로 부어 오른 경우도 있습니다.
치루가 확산되서 터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예상외의 부분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고환 바로 밑이 부어 오르기도 하고, 여성 분들의 경우 질쪽으로 터져서 고름이 흘러 나오니까 질염으로 인한 증상이 나오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변이 질로 나오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상태가 통증의 원인이 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줘서 방광염, 요로감염 등의 인접한 장기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체중감소, 식욕부전, 미열 등 전신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치루의 종류

치루는 피부 밑에 아주 앝게 생긴 표재성 치루부터 고름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복합 치루, 그리고 직장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는 치루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뉩니다. 

그래서 고위 치루, 저위 치루로 구분합니다. 

방향도 직선인 경우도 있고 항문 주변으로 돌아서 이어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양쪽으로 뻗어 있는 경우는 말발굽 모양으로 생겨서 마제상 치루라고 합니다. 

그래서 치료도 다양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치루의 진단

치루가 생기면 고름이 빠져 나오는 부분이 피부에 있기 때문에 육안상 확인이 잘됩니다. 

손으로 딱딱한 입구와 이어지는 치루길을 추적해 보면 간단하지만 아주 직관적으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태에 따라 조금 복잡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초음파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살속 조직까지 투시해 볼수가 있어서 치루 진단에 아주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직 부어 오르지 않은 항문 주위 농양의 경우 피부쪽에서 보면 거의 정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초음파로 확진하게 됩니다. 
오래되고 복잡한 형태의 치루는 개미굴처럼 구부러진 길의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초음파만 가지고는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고름길에 방사선 촬영시 잘보이게 해주는 조영제라는 특수 액체를 흘려 놓고 촬영합니다. 

치루 조영술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CT나 MRI 등의 첨단 장비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치루 치료법

항문 주위 농양과 치루의 치료는 근본적으로 수술을 해야만 제대로 치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루의 치료는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는 변이 새어 나오는 부분을 막아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항문 주위 농양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대체로 항문 주위 농양이 생기면 많이 아프고 고열에 몸살까지 나타나니까 환자분 자신이 빨리 해달라고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문 주위 농양이 있으면 피부에서 가장 얇은 부분을 통해 절개를 해서 고름이 빠져 나올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절개 배농술이라고 합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고름이 풍선 부풀듯이 양이 많아지면서 살속 약한 부분을 파고 들어갑니다.

방치 할수록 모양이 복잡해 지고 아주 먼 곳까지 침투해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응급 수술이 기본 원칙입니다. 

피부 얕은 부분으로 이어지는 표재성 치루의 경우는 치료가 잘됩니다. 

항문 안쪽부터 피부까지 이어지는 피부만 터서 고름길이 노출되게만 해줘도 치료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터널 위 덮여있는 부분을 걷어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런 수술 방법을 치루 절개 개방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절개를 하다보면 괄약근 일부가 잘려 나갑니다. 

하지만 손상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배변 기능에 지장이 없습니다. 

물론 지장이 올 가능성이 있으면 다른 수술 방법을 사용합니다.

괄약근까지 자르면서 수술을 하는 이유는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경우에는 안쪽에 변이 들어가는 부분만 막아주거나 2단계로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